네가 누구든 얼마나 매섭든 (겨울 2회차를 맞이하며..)
네가 누구든 얼마나 매섭든 (겨울 2회차를 맞이하며..)
(2022. 09. 30)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작년 말, 21년 벤처 투자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기사와 함께 1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스타트업 씬에 그런 호시절이 또 언제였던가 싶은데요, 가우디오랩이 시리즈B 투자유치를 마무리한 것도 작년 이맘쯤이었을겁니다.
빅 스텝을 넘은 자이언트 스텝…, 연이은 전 세계 금리 인상, 확대되는 전쟁의 양상, 스테그플레이션의 공포 등 경기 침체 국면을 타고 스타트업 씬에도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들이닥쳤는데요. “Winter is coming”의 경고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연이어 도산하는 스타트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 푸르죽죽한 제 주식 계좌를 보니 정말 겨울이 온 것이 확실합니다! (눈물)…🥹🥹”
그렇게 우리에게는 두 번째 겨울이 찾아온 셈입니다.
소설이라고 쓰고 실화라고 읽습니다…
22년 5월 27일, 헤니는 가우딘 전체 타운홀에서 가우딘 월동 행동 강령을 발표했습니다.
“OKR, 소통(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속도…”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왠지 모를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데요. 결국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침체의 소식들은 우리의 기운을 살짝 앗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찐- 겨울 유경험자(?)인 헤니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듀이💁🏻♀️: “겨울이 왔다, 스타트업들은 더 추울 것이다”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경쟁자가 줄어드는’, 혹은 ‘저력이 증명되는’ 기회라고도 말합니다. 정말 가우디오랩에도 겨울이 온 걸까요?
헤니🧑🏻💻: 저 멀리서 찬 기운이 돌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작년 하반기 투자 B 라운드를 마무리 지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우디오랩의 첫 번째 겨울을 떠올리게 됐어요. 18년 겨울, 미국에서 전속력으로 달리고 투자금의 8할 가까이를 뜨겁게 태운 뒤 돌아왔을 때를요. 아주 추운 겨울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미국에서 내렸던 모든 결정에 대해 치열하게 하나씩 복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렸던 결정, 당시의 상황, 각자의 이유들, 그리고 그에 대한 회고까지 하나씩 써 내려갔어요. A 안대로 하면 어땠을까, 혹은 B 안이면 달랐을까.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그때의 결과물들이 지금도 컨플루언스 어딘가에 잘 숨어있을 텐데요. 그 결정과 회고들이 켜켜이 쌓여 22년의 겨울을 버티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듀이💁🏻♀️: 가우디오랩은 이미 겨울을 한차례 지나온 바 있습니다. 헤니가 느끼는 18년의 겨울과 현재의 겨울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헤니🧑🏻💻: 참 아프고 혹독한 겨울을 미리 겪었습니다. 2018년, 새해가 밝은 첫 영업일, BD 총괄 책임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제게 의사를 표했습니다. 잇따라 비즈 팀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날 의사를 밝혔고, 지금의 즐거운 싹타워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부정적인 기운이 가우디오랩을 감돌았죠. Ted, Ben과 함께 매 주말마다 출근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끝장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피자 1판 사이즈로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했고요. 그리고 3월, 구 오피스인 안타워의 애월에서 그간의 고민들과 함께 우리의 Runway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에 우리의 운명이 걸려있음을 발표했습니다. 가우디오는 문을 닫더라도 여러분 개개인에게는 매우 큰 경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심지 끝까지 태워보기로 했고요. 자랑스럽게도 모든 가우딘이 결연한 각오로 그 시기를 잘 버텨주었습니다. 종종 말씀드렸지만, 창업을 할 때도, 첫 번째 겨울을 맞이했을때도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모두가 극한의 고생을 해야 했던 그 시기는 어쩌면 지금의 겨울을 버티는 예방주사 역할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최악이 재연되지 않도록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듀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겨울 사이, 가우딘의 숫자는 2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가우디 다운’ 소중한 동료가 그만큼 많이 합류했는데요. 그 사이 가우디오랩에 찾아온 큰 변화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헤니🧑🏻💻: 18년의 겨울을 겪을 때 전체 가우딘 인원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그 2배 이상의 규모이고요. 근무 환경, 시장의 상황, 팀 성격, 조직 구성 등이 모두 다릅니다. 다양성이 훨씬 넓게 확장되었죠.
스타트업씬 전체가 어려워지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가우딘은 한 명 한 명 아주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개개인이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제가 모르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요. 어느 날 우도에 대형 전자 드럼이 생기고, 어느 날 제가 여러분 앞에서 U2 노래를 부르게 되기도 했고요 (머쓱),, 갑작스레 등산 모임에 초대되어 막걸리를 마시러 산자락으로 향하고, 우도에서 함께 파티를 즐기는 건 흔한 일상이 되었죠.
제가 모르는 일들이 생길 때, 그리고 그를 불안함이 아닌 기쁨으로 느낀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마음을 갖게 해 준 가우딘 모두가 참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듀이💁🏻♀️: 겨울나기를 하는 헤니의 머릿속에는 어떤 단어들이 들어있나요? 가우디오랩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시기를 견디고, 또 어떻게 더 멋지게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헤니🧑🏻💻: 사람마다 이 시기를 체감하는 무게와 온도가 다 다를 겁니다.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잘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모두 멋지게 잘 해내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 속 두 주인공이 빵 조각을 하나씩 흘려가며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고자 했으나 새들이 무심히도 다 먹어치워버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퇴로가 없어졌지만 그 둘은 결국 해피엔딩을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퇴로가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분투할 수 있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8년도의 혹독한 겨울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저 또한 ‘퇴로가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가우딘에게 당시와 같은 고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퇴로를 고려하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단순 Exit이 목적이 아닌, 상장 그 후의 가우디오랩의 스테이지를 가우딘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으니까요.
매주 타운홀을 통해 서로의 일과 성과를 나누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우리도 다 함께 한 방향으로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느낍니다. 한 명 한 명 정말 대단하다고 크게 손뼉 치고 싶어요. 최근에는 사업의 막힌 혈을 뚫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Deal making에 시간이 걸리는 비즈니스 구조입니다. 하지만 곧 활짝 핀 성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여러분 모두를 크게 기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듀이💁🏻♀️: 마지막 질문! 헤니에게.. 가우딘이란? (무릎팍도사 버전인데요, 모르는 사람 눈 감아요..)
헤니🧑🏻💻: (껄껄…🤭) 가족보다 더 많이 식사를 같이하고, 더 많은 치약을 나눠쓰고, 그러면서도 정말 ‘가족’과는 다른… ‘식구’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자발적으로 식구가 되기로 ‘선택’해서 소속된 조직인 것이죠. 우리 식구들이 좋은 사람들과 계속해서 같이 섞여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가우디오랩을 선택한 그 결정이 각자의 삶에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역할이자 무거운 책임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늘 고맙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해요.
헤니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 각자가 제 위치를 얼마나 열심히 지키고 있는지, 그 최선의 모습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마중물이 되는지 확신할 수 있었고, 그런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대해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겨울이 우리에게 허락된 비즈니스 무대를 더 명확하게 하는 기회가되리라는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모두가 훨훨 날아오르는 시기에 다른 이의 날갯짓에 기대어 덩달아 두둥실 떠오른 곳들이 분명 있겠지만, 이렇게 강풍이 들이닥칠 땐 정말 제 힘으로 날아오르는 곳이 어디인지 분명해질 테니까요!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 이라는 말이 있죠. 겨울이 누구든 얼마나 매섭든,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단단하고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 그 한 방울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을겁니다!
곧 다가올 그 날을 위해, 가우딘 모두 오늘도 파이팅! ❤️❤️❤️
2022.09.30